
“HILARY PECIS : Warm Rhythm”
Sep 4- Oct 12, 2024
David Kordansky Gallery
520 W 20th St, New York, NY 10011
힐러리 페시스: Warm Rhythm
지난번 다녀온 힐러리 페시스 전시 소개해드려요. 사진을 다 안찍어왔는지 몇장 없긴하지만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 그래도 소개를 해야하겠어서요. 첼시의 대형갤러리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있었구요. 저는 한국에 있을때는 몰랐던 작가인데요 뉴욕에 와서 얼마 안되어서 이 작가를 발경했었어요. 록커펠러센터를 지나가는데 거기 윈도우에 전기가 되어있더라구요. 거긴 전문 전시공간은 아닌데 작은 쇼윈도들이 많이 있어서 가끔 작가들 전시공간으로 쓰이곤 하더라구요. 거기가 좀 어둡고 침침한 엄청 오래된 건물 한쪽인데 이 작가의 작품이 정말 눈에 확띄게 있더라구요. 그 전에는 본적이 없던 작가를 관심을 가지고 봤었는데요. 그 이후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보는눈이 비슷하구나를 다시한번 느낀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뭐 엄청 유명해진 작가이지만요.



페시스 작가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풍경, 다채로운 패턴의 정물화, 그리고 자신의 삶 속 실내외 공간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특히 패턴과 장식,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가정 공간에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에 더욱 초점을 맞춘 신작들을 선보입니다. 모든 화면을 과감한 색채와 형태로 가득 채워 감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최근 작업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시즌 거실 장면을 묘사한 작품에서, 페시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재 패턴화 기법을 선보입니다. 바닥, 천장, 의자 및 다양한 목재 장식의 나뭇결을 표현한 줄무늬 선묘는 작가의 복잡한 회화적 레이어링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초기 밑작업 단계에서 선을 그리고, 이후 세밀하게 다시 그려 넣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무늬들이 장식적이고 장엄한 요소로 변모합니다. 페시스는 색채를 미리 정해 두지 않고 그때그때 혼합하여 작업하기 때문에, 물감이 화면 위에 적용될 때마다 유일무이한 결과가 탄생하게 됩니다. 비록 평면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한층 더 화려하게 장식할 기회로 삼습니다.
작업 과정은 주로 휴대전화로 수집한 매력적인 이미지에서 시작됩니다. 페시스는 앨범을 꼼꼼하게 선별하며 그림으로 옮겨갈 사진이나 특정 구성 요소들을 선택합니다. 사전 스케치 없이 동시에 여러 캔버스를 진행하는 그녀의 방식은, 다양한 시점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순간성을 포착하게 만들며 특정 주제가 드러나거나 색채나 톤이 다른 작업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합니다.
이번 출품작 중 드물게 공공장소를 다룬 〈Sharon Flowers〉(2024) 에서 페시스는 ‘패턴 앤 데코레이션(Pattern and Decoration)’ 운동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구조적 패턴(벽돌, 타일, 창틀, 격자 등)과 꽃잎, 잎맥과 같은 유기적 기하 패턴을 결합해 건물 외관을 장식적으로 묘사합니다. 꽃은 자연의 대칭적 디자인, 풍부한 색채, 화려한 레이어링 등 P&D 운동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순수미술과 공예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또한 피시스의 작업은 공예 전통과 여성의 역할을 중시해온 P&D의 페미니즘적 계보와 맞닿아 있습니다. 가게 외벽의 창문 패널에 그려진 꽃 패턴은 마치 퀼트, 태피스트리, 테이블보에 수놓아질 법한 무늬처럼 보입니다.
패턴 앤 데코레이션 운동이 뉴욕에서 시작되었지만, 페시스의 해석은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생생한 색조와 건조한 기후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반영해 더욱 지역적인 특색을 담고 있습니다. P&D 작가들이 보다 수학적으로 정밀한 선과 형태를 강조한 반면, 페시스의 회화는 손맛이 느껴지는 자유로운 선묘를 유지하며 예상치 못한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화면은 평면적이지만 시각적 왜곡을 불러일으키며, 화면의 전경과 배경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음에도 소재·가구·패턴이 겹겹이 얹히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부분적으로 추상화됩니다. 콜라주 같은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재료들을 동등하게 평면화하고 색채를 포화시켜, 그림자나 방향성 있는 빛 대신 형태만으로 깊이와 차원을 형성합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일상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장식적이고 예술적인 요소들을 기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어떤 패턴은 작가에게 특정 시간과 장소를 환기시키고, 또 어떤 패턴은 단순히 그 심미적 매력 때문에 선택됩니다. 무작위로 생겨난 패턴(예: 나무 잎사귀)과 의도적으로 계획된 패턴(예: 격자무늬 카펫) 모두가 동등한 주목을 받습니다. 비록 화면 속 인물은 중심에 있지 않지만, 작품 전체에는 미묘한 사회적 만남이 쌓여 만들어진 아름다움과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